1. 서언
1968년 5월 포드사는 당시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Lee Iacocca의 제안으로 종전에 수입 에만 의존하던 초소형(subcompact) 차량을 국내에서도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2,000 파운 드 미만의 소형차를 2천불 미만에 판매한다는 “limits for 2000” 전략하에 Pinto모델을 개발, 생산, 1971년 원년에만 400,000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수 년간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1972년 5월 Lily Gray가 당시 열 세 살된 Richard Grimshaw와 함께 1972년산 Pinto로 주행하던 중, 시속 28마일 속도로 달려오던 다른 차량과 후면 충돌하여 화재가 발생, 이 사고로 운전자이던 Lily Gray는 사망하고 Grimshaw는 중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동 사고를 다룬Grimshaw v. Ford Motor Co. 소송에서 California주 Orange County 배심원은 Gray가족과 Grimshaw 가족에게 각각 $560,000 과 $2,500,000을 배상함과 아울러, 포드사가
그 동안 Pinto 판매로 이익을 낸 $124,000,000에 백만 불을 더한 $125,000,000의 징벌적 손해 보상을 추가로 배상하도록 평결하였고, 이후 담당판사는 이를 $3.5 Million으로 감해서 판결하였다.
2.징벌적 손해 배상의 일반적 정의와 사회적 기능
A. 일반적 정의와 목적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란 제조물 책임 소송 (Product Liability Litigation)에서 제품결함으로 인하여 발생된 인명(신체) 혹은 재산상의 손실에 대하여 과실(negligence)이 인정되면, 과실책임 원칙을 적용, 피해액을 원고에게 보상해줌과 동시에, 가해자의 행위가 의도적 또는 악의적으로 안전을 무시한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고액의 배상금을 별도로 가해자에게 배상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대부분의 모든 기업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음 에도 가해자의 고의 또는 악의적 행위를 반 사회적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배수의 징벌적 배상을 부과함으로써 가해자의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차단하고 이와 유사한 부당 행위가 가해자는 물론 가해자와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에서도 추후에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징벌과 억지 예방 효과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B. 사회적 기능
징벌적 손해배상은 따라서 기존의 민사 책임소송에서 고의와 과실간의 구분없이 일괄적으로 동일한 책임을 부과시키고 있는 전보적 손해배상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1760년대 영국 법원에서 적용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등 판례중심의 영미법 국가에서 제조물 책임이나 민권, 명예훼손 소송등에 적용하여 오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등 대륙법체계의 국가에서는 고의적 행위자체에 대하여는 공익을 해치는 행위로 분류하여 국가가 책임을 지는 형사법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3. 위험/편익 분석 (Risk/Benefit Analysis) 기법의 발전
A. BPL 공식 (Formula)
Learned Hand판사는 1947년 United States v. Carroll Towing Co. 사건에서 과실 책임 이론을 대수(수학)적 공식으로 풀어 피고의 과실을 규명한 바 있다.
이 판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지선 선단을 묶어 둔 부두(pier)에서 “Anna C”라는 이름의 바지선 한 개가 떨어져 나와 강물에 떠 내려가던 중, 유조선과 충돌하여 그 바지선이 침몰한 사고에 관련하여, 피고Carroll Towing 사는, 동사 소속 “Carroll” 이라는 예인선이 그 당시 바지선들을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사고 바지선 관리인이 현장에 있지 않아, 바지선에 물이 샌다는 것을 제 때에 Carroll에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Anna C”와 실려있던 화물이 모두 멸실되었으므로, 원고인 바지선 선주에게 과실이 있는 만큼 자신의 책임이 감면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고가 원고의 과실이 손해 발생에 기여했음을 입증하면, 그 만큼은 책임을 감하도록 하고 있는 해사법(admiralty law)상의 법리를 원용하였던 것이다.
이에 Hand 판사는, 바지선 관리인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과실(negligence)인지, 따라서 바지선 선주에게 책임이 있는지의 판단을 위하여, BPL공식을 개발하였다.
“B”는 적절한 사전주의를 하는 부담 (Burden), 즉, 사고를 예방하는 비용을 말하고,
“P”는 사고발생 확률(Probability)로, 여기서는 바지선이 떨어져나갈 확률이며, “L”은 사고 발생시의 손실액(Liability)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B<PL인 경우에는, 원고에게는 과실이 없고, 피고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이론이다.
위 Carroll Towing 판결에서 Hand판사는 “하루 반나절 동안 바지선 관리인이 자리를 비운 것”과 비교하여 “피해 기대값”이 훨씬 크다고 판단, 피고의 이의제기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과실-효용(Negligence-Efficiency) 이론은 이후 Richard Posner판사가 1972년에 기고한 ‘과실이론’이라는 논문에서, 전통적으로 법원은 제반 견해를 후생 경제학 측면에서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직관적으로 경제학 원리를 적용해 오고 있다고 기술하면서 Hand판사가 경제적 효용을 바탕으로 수학 용어를 사용하여 과실 여부를 가릴수 있는 표준(standard)을 설정한 공헌에 대해 재조명을 한 바 있다.
B. 위험/편익 분석
위험/편익 (또는 비용/편익) 분석 기법은 종래의 과실 책임 소송에서 사용하던 Hand 판사의 BPL공식을 발전시킨 것이다.
위험/편익 분석은 비록 ‘BPL공식’처럼 종래의 수학용어를 직접 사용하여 설명하지는 않을 지라도, 법원에서 종래에 적용하여 왔던 과실이나 엄격책임(Strict Liability) 이론을 적용하더라도 시원치 않게 규명되었던 결함제품에 대한 판단을, 제품사용으로부터 얻는 소비자의 편익과 제품과 연관된 위험을 사회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게 하므로써 동 분석 기법을 발전시켜 왔으며, 대형 사고의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사전 경보효과를 가져 오는 데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다.
4. FORD PINTO 소송 사례
A.연료 탱크 설계 결함의 사전 인지
1977년 Mark Dowie는 Ford사의 내부 기밀 검토 서류를 입수, 이를 증거자료로 하여 Mother Jones Magazine의 9/10월호에 ‘Pinto Madness’ 라는 제목의 기사를 기고한 바 있다. 그는 동 기사에서 포드사가 Pinto차량이 시장에 출고되기 이전에 이미 자체시험 결과, 연료탱크 설계 문제로 시속 30마일에서도 후면 출동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위 ‘위험/편익 분석’ (Risk / Benefit Analysis) 기법을 사용,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사용하여 약간의 설계 변경만 하였더라면 화재 발생을 현저히 감소시킬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적으로 무시(Conscious Disregard)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저자는 이 글로 Pulitzer 상을 수상하였다.) 즉, Ford사는 Pinto 차량 제작시 통상적으로 Rear Axle위에 연료탱크를 설치하는 기존 방법 대신에 트렁크 공간을 넓게 하기 위하여 Axle 뒷 부분에 장착하므로써 연료탱크와 Rear Axle사이가 9인치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볼트들이 연료탱크를 위협하는 위치에 있는 등 복합적인 문제의 소지로 시속 30마일 후면 충돌에서도 쉽게 아코디언(Accordion)과 같이 부서지고, 충돌로 인한 화재발생으로 승객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만일 생산 변경을 하게 되면 평균 대당 $11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설계 변경을 아예 하지않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B. 제품 안전에 대한 의식적 무시
포드 Pinto판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주제는 포드사가 내부적으로 차량 출고 이전에 연료탱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소위 위험/편익 분석을 기초로 설계 변경없이 시장에 판매하므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하여 윤리적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즉, 포드사는 당시 산업기준과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ederal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 : FMVSS)에 준하여 Pinto 차량을 제작하였다고 주장했지만 자체적으로 시행한 실차 테스트에서조차도 총 열한 대 차량 중, 여덟대가 치명적 상황을 가져왔으며 그나마 나머지 석 대의 차량도 테스트 이전에 이미 연료탱크를 변경한 이후에 실시한 것들 이었다.
당시 포드사는 연료시스템을 설계 변경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에서, 가장 진지하게 숙고했던 선택은 대당 11불을 추가로 들여 생산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2천불 미만의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이 우선적으로 큰 걸림돌이었고, 포드사는 안전을 기본으로 한 광고 캠페인을 이미 벌여 왔었으며, 안전은 자동차 판매에 주된 요소가 아니라는 인식하에서, 그 당시에 연료 탱크를 충분히 보다 더 잘 설계 할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단순히 미 교통성 산하의 NHTSA(전국 고속도로 안전 당국)이 자동차 업체들에게 제공한 바 있는 Fatalities Data(치명상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하여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 설계 변경 시도를
고의 또는 의식적으로 무시하였던 것이다.
C. 포드사의 위험/편익 분석
포드사의 내부 메모 자료인 “ Fatalities Associated with Crash – Induced Fuel Leakage and Fires”에 의하면,
사회적 Benefit 측면에서 화상으로 인한 사망자수 를 180명으로 가정하고 화상 중상자를 180명, 그리고 화재 발생 차량을 2,100대로 가정하는 경우, 이들 각각을 사전 예방하는 데 소요되는 총 예상비용은 사망자당 $200,000, 부상자 $67,000, 각 차량당 $700로 계산했을 때,
180 x $200,000 + 180 x $67,000 + 2,100 x $700 = $49.5 million이고,
포드사의 costs 측면에서 분석할 때, 승용차 판매 예상 대수 11 million과 경트럭류 1.5 million을 설계 변경시 발생되는 추가 비용을 단위당 $11로 계산하면, 12,500,000 x $11 = $137 million이 예상 되므로써, 설계 변경을 무시하고 시장에 출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Mother Jones지가 입수한 포드사 비밀자료에 의하면, 또 다른 대안으로 bladder만을 설치하는데는 대당 $5.08의 추가비용이 발생 하는 것으로 기술하였다.
이런한 포드사의 의사결정은 과실 논쟁을 경제적 효용(economic efficiency)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당시의 추세에 부응하지만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워 생명의 존엄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비교한다는 것은 반 사회적 행위의 발로로써 기업 윤리 측면에서 비판을 모면할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후 포드사는 1978년 6월 9일 연료탱크 설계 결함으로 Pinto 모델 1,500,000대와 Mercury Bobcat 30,000대를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NHTSA와 합의하였다.
동 Recall Campaign을 위하여 수 년 동안 주도적 역할을 하였던 Center for Auto Safety
(Ralph Nader가 설립한 자동차 산업관련 소비자 보호단체) 는 Recall을 결정한 1978년 6월 9일부터 각 딜러로 해당 부품이 공급된 같은 해 9월 15일 사이에도 후면 충돌로 발생되는 화재로 Pinto 차량으로 여섯 명이 숨진 바 있다고 발표하였다.
따라서, 포드사가 Pinto 모델의 출시로 처음 몇 년간 누렸던 인기와 이윤도 제품 결함으로 인한 빈번한 소송 연루와 언론 매체를 통한 대중으로 부터의 혹독한 비난, 그에 따른 수 년간의 기업 이미지 손상, 결함 제품을 회수하는 데 소요 되는 엄청난 비용 등등을 고려하면 경제적 효용 측면에서도 결코 이득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1978년 Indiana주 Elkhart에서 연료탱크 결함 화재로 세명의 젊은 여자들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당시 담당 주 검사가 포드사를 살인 혐의의 형사법으로 기소한 바 있었는데, Lee Iacocca는 1984년에 발행된 자서전에서 Pinto차량과 관련하여 1978년에 Indiana주 검사가 포드사를 상대로 reckless homicide 로 형사법을 적용한 사건이 비록 후에 기각은 되었으나, 대중 여론에 심각한 타격을 끼쳤다고 진술하면서 자신들은 돈 몇 푼을 아끼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위험한 차량을 결코 제작하지는 않았으며 Pinto차를 만든 사람들도 그 차를 운전해서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이 있다고 술회한 바 있다.
5. 결어
징벌적 손해배상은 단순한 과실 책임 법리에 의거한 전통적인 보상적 손해배상에 더하여 소비자 안전을 무시한 채 눈 앞의 이윤 추구에만 비중을 두는 기업들에게 징벌과 예방을 목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상식보다는 약자 구제 사상(deep pocket theory)을 우선시하는 배심원들의 빈번한 배상금액의 과다 책정은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을 끊임없이 가져오고 있다.
즉, New Mexico주의 79세된 Stella Liebeck 할머니가 화씨170도의 커피를 본인의 실수로 자기 몸에 엎지른 뒤, 자신에게 사전에 경고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화상을 입었다고 McDonald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2.9 million을 보상 받은 사건이나, 뉴저지 Giant Stadium에서 이미 술에 만취한 관객에게 술을 판매한 이유로 경기 구장을 나온 후에 음주 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배심원은 당시 맥주를 팔았던 Aramark에게 $30 million의 보상금과 $75 million의 징벌적 배상금을 판결한 사례가 그 대표적 예라 하겠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고의성이 보험 약관에서 항상 예외 조항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자가 막대한 배상 금액을 스스로 부담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Virginia나 Florida, Connecticut 주 등 일부 주에서 징벌적 손해 배상액에 유럽이나 캐나다와 같이 최고 배상 한도액을 도입하여 Virginia주의 경우 최고 배상액을 $350,000로 제한 책정한 바 있으며, 1994년 Honda Motor Co. Ltd v. Oberg 소송과 1996년의 BMW of North America, Inc. v. Gore 소송에서, 법정은 공정성이나 적법 절차 위배 를 이유로 원고측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각각 기각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양심적 의식을 지닌 기업으로부터 억울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그 정당성을 부여 할 수 있는 필요 조건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제조물 책임법이 2002년 7월 1일 부터 시행된 이후 민법 제 393조를 보완하여 징벌적 손해 보상 제도를 도입하려고 정부와 시민 연대 등에서 현재까지 연구 검토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에서 살펴 보았둣이, 징벌적 손해 배상은 단순히 제조업 뿐 아니라 유통업, 도/소매업은 물론 식당, 세탁소, 네일살롱 등등의 서비스 업종에까지 모든 산업을 막론하고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리 모두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 제품(product)이 아닌 작품(masterpiece)을 만들겠다는 장인 정신과 모든 고객을 자신의 친형제∙친자매로 생각하는 진정한 인간애적 사명은 현대 기업이 지녀야 할 윤리적 기본 자세라 하겠다.
김 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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